부활 - 톨스토이 중에서

고모네 집에서 보낸 이해 여름은 네흘류도프에게 넘칠듯한 감정을 맛보게 해주었다. 그것은 청년으로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인생의 아름다움과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생이 인간에게 지워준 사명의 완전한 의미를 깨닫고, 자신과 전 세계의 완성을 향한 끝없는 추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자신이 품고 있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는 데 희망과 더불어 뚜렷한 자신감을 가지고서 헌신할 때만이 맛볼 수 있는 그런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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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자신의 이런 행위뿐만이 아니라 게으르고 무질서하고 잔혹하고 이기적인 생활의 냉혹함과 비열함과 저속함을 느끼고 있었다. 지난 십이 년 동안 자신의 이러한 비행 뿐만 아니라 그간의 생활까지도 어떤 불가사의한 힘으로 가려왔던 무서운 장막이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하여, 이제 그 장막 뒤에 숨어 있던 것들이 조금씩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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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직 그것만이 진실하고 그것만이 힘이 있고 그것만이 영원한, 자유로운 정신적 존재가 이미 네흘류도프의 마음속에서 움트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지금까지의 자기와 앞으로 바라는 자기의 차이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이미 눈을 뜬 정신적 존재인 그에게는 모든 게 가능하게 여겨졌다. '비록 이로 인해 뜻밖의 무슨 일이 일어난다 해도 나는 나를 구속하고 있는 이 허위를 깨뜨려 버릴 것이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실행하자.' 그는 단호하게 소리 내어 말했다. - 중략 -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자니,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한 눈물이었다. 선한 눈물이란 몇 년 동안 그의 속에 잠들어 있던 정신적 존재가 눈뜬 것을 기뻐하는 눈물이었고, 악한 눈물이란 자기 자신과 자기의 미덕에 대해 감동하는 눈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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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법으로 한 사람이 아닌 수백만의 인간을 방출하고 있으면서도 어쩌다 한 사람이라도 체포하면 마치 사회에 무슨 커다란 업적이라도 이루어놓은 양 의기양양해하고 이로써 이제 안심이다, 이제 더 이상 우리에게 바랄 것은 없다, 그 젊은이는 모스크바 현에서 이르쿠트스크 현으로 추방되었다, 이렇게만 생각하고 있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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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슨 행동을 하기 위해선 자신의 행위가 중요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자신이 어떤 처지에 있더라도 자신의 행위가 극히 중요하고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갖게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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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지 마세요! 나는 징역수고 당신은 공작이에요. 당신이 이런 데 찾아올 이유는 하나도 없어요."
분노로 얼굴빛을 바꾸면서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치며 외쳤다.
"당신은 나를 미끼로 구원을 받으려고 하는 거죠?"
그녀는 마음 속에서 일시에 솟구쳐오르는 모든 말을 단번에 뱉어버리려고 서두르면서 말했다.
"당신은 이 세상에선 나를 농락하고 저 세상에 가서는 나를 미끼로 구원받고 싶은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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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아무런 책임을 느끼지 않고 남에게 악을 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교묘한 이치가 옛날부터 존재해 왔고, 또 당연한 관습으로 굳어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소장은 지금 이곳을 가득 채우고 있는 슬픔을 빚어낸 책임자의 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그는 마음이 몹시 괴로운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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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니쇼프가 이유 없이 받는 고통은 너무나 기가 막힌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두려운 것은 그가 당하고 있는 육체적인 고통이 아니라 그럴 만한 아무 이유가 없는데도 자기에게 고통을 가하는 잔악한 사람들로 인해 그가 품게 될 선과 악에 대한 회의와 불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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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미신의 하나는 인간은 각기 다른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선인이라든가 악인, 현인, 어리석은 사람, 근면한 사람, 게으른 사람 등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을 그렇게 구분해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저 사람은 악인일 때보다 선인일 때가 더 많다든가, 게으를 때보다 부지런할 때가 더 많다든가, 어리석을 때보다 똑똑할 때가 더 많다든가, 또는 그 반대로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한 인간을 두고서 당신은 성인이라든가 분별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또 어떤 사람에 대해선 당신은 악인이라든가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말해선 안 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항상 인간을 그런 식으로 구분 짓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바람직스럽지 못한 일이다. 인간이란 흐르는 강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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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사실이다.' 그는 혼자 생각했다. '나는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의미를 알 수도 없고 이해하지도 못한다. 고모들은 왜 살았을까? 어째서 니콜레니카이르테네프는 죽고 나는 살아있는 걸까? 왜 카튜샤는 이 세상에 태어났을까? 어쩌자고 나는 그런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을까?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그리고 나는 무엇 때문에 방종한 생활을 했나? 이 모든 물음에 답을 하고 하느님의 섭리를 이해하기란 나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그러나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것은 내 힘으로도 가능하다. 나는 그것을 분명히 깨닫고 있는 것이다. 그것을 해낼 때 비로소 마음의 평정을 얻을 수 있으리라.'

by Wendy | 2008/02/01 18:47 | 달의 서재 - 밑줄 긋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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